K와의 만남


Day+003 @시애틀의 어떤 에어비앤비.


하루 요약


K를 만나다

K는 UW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친구다. 작년 CHI에서 만나서 밥을 같이 먹은 적이 있고, 사실 융대원에서도 (다른 랩에서지만) 잠깐 인턴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다보니 서로 아는 사람들, 배경도 이래저래 겹치기도 하고, 여러 모로 편한 느낌이다. 사실 워낙 착하고 마음도 쉽게 열어주는 정말 좋은 친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한국에서 집 구할 때도 조언을 구할겸 카톡으로 연락을 했었는데, 얼마나 길고 상세하게 조언을 써줬던지. 게다가 내가 도착해서는 에어비앤비에서 열흘간 잔다고 했더니 자기 집에 있어도 된다고 말을 하는데, 뭔가 내가 폐를 끼칠 수는 없어서 괜찮다고 했지만, 뭔가 그런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안심이 되고 든든한 느낌이랄까. 게다가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래도 된다고 얘기해주니 사람이 참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1시쯤 K를 만나기로 했다. 점심에 만났는데도, 날씨가 꽤나 쌀쌀해서 국물이 있는 따뜻한 음식을 먹었다. 순두부집으로 낙찰. 생각보다 여기는 아시아 음식점들이 많다.

p01 Univ. district에 있는 한식집 Kong, 꽤나 맛있음

그리고 계산을 해주었다. 처음 왔으니, 자기가 내고 싶다고 했다. 뭔가 한국인의 정이 느껴지는… 그래서 한국식 예법으로 커피는 내가 샀다는 뭐 그런 훈훈한 이야기.


K의 멋진 스튜디오

스벅에서 커피를 한 잔 사들고 K의 스튜디오로 갔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서로 집에 자주 들러서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다.

p02 여기가 집안이 아니라 아파트 로비(…)

실내 사진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까봐 올리지는 않는데… 정말 너~무 좋았다. 그래서 살짝 렌트가 얼마냐고 물어봤는데, 웬일인지 우리집보다도 낮은 가격. 너무 놀라서 물어봤더니 MFTE라는 제도를 통해서 들어와서 렌트가 아주 싸다고 했다. 아마 원래대로라면 2500불 이상일 거라는 게 예상. 그렇지 그렇지 그래야 정상(?)이지.

MFTE는 아래 발췌한 UW 신입생 안내글에도 나와있듯이… 여튼 연간 소득이 얼마 이하인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 정책이다. 행복주택 같은 개념이라고 하면 딱 맞을 듯. 나도 K가 그렇게 설명해주니 바로 와닿았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곳에 들어오려면 미리미리 잘 알아보고, 잘 기다려야 하는 듯하다. 뭐 여튼 박사과정 정도면 여기(미국)나 저기(한국)나 충분히 저소득층이니(…)

Multifamily Tax Exemption은 시애틀 정부에서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multifamily building)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대신 총 가구의 20~25%를 저소득 계층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쉽게 말하면 새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존 건물들은 저렴한 유닛이 남아있지 않으므로 주로 곧 완공될 아파트에 신청해야 물량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MFTE에 해당되는 아파트들에 대한 정보 (이름, 위치, 유닛 등)는 시애틀 정부 웹사이트에 나와있습니다. 소득에 대한 조건이 있고, 아파트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시애틀 정부 웹사이트와 각 아파트의 오피스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0시간의 수다(?)

p03 금세 뚝딱뚝딱 그리고 굉장히 맛있었다는 후문

미국식 자취생 집밥을 먹고… 엄청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다. 나중에 쓰더라도 지금 몇 가지만 복기해보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 1시에 만나서 10시 반에 헤어졌다(…) 우버 타고 에어비앤비로.

고단함에 대하여


외로움과의 싸움, 그리고 용기

유학생활의 반절은 외로움이라는 것.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게다가 시애틀은 겨울에 해가 잘 나지 않으므로 비타민 D를 먹지 않으면 정말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한 번씩은 겪는다는 듯하다.

K는 영어가 매우 유창해서, 당연히 성인이 되어 오래 살았겠구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미국에서 살았지만, 청소년기+대학을 한국에서 다녀서 가족, 친구, 연인이 모두 한국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또 차차 적응된다는 것도 같다. 그런 걸 보면 역시 유학을 떠난 사람들은 모두 용감하다. 아마 힘든 걸 모르진 않았을텐데. 물론 생각보다 더 힘들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먼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고 고난을 택한다는 건 어쩐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말이다(…)


Introvert vs. Extrovert

소셜한 건 어려워. 미국식 네트워킹 정말 귀찮고 싫고 에너지 뺏긴다. 생각보다 이런 사람 많다는 게 참… 그러니 Quiet 같은 책이 유행인지 모른다. 이 넓은 땅에 또 얼마나 많겠어 내향적인 사람이?

나는 완전히 내향적이지는 않지만, 생각보다는 그런 성향이 꽤나 있는 편인데, 그래서 힘들다. 아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또 잘 모르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얼마나 외향적이고 소셜한지… 근데 생각보다 그런 데 에너지를 많이 뺏기는 편이라.

하여간 뭐 하나로 극단적인 사람이면 살기가 편할텐데.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로 살려니까 힘든 것 같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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