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1 교육과 H언니와의 만남


Day+004 @시애틀의 어떤 에어비앤비.
Day+010에 쓰다.


4일째가 되었지만 시차 적응은 여전히 요원해보이고… 다행히 점차 지리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어디에 무엇이 붙어있는지 정도는 알 것 같다…고 생각한 순간 길을 잃기도 하는 걸 보면 아직은 로컬이 되기에는 좀 멀었나 싶다.

J-1 Visa 오리엔테이션

J-1 비자로 UW을 방문한 학생들은 입국 후 돌아오는 첫 월요일에 있는 교육에 참석해야 한다. 미리 메일로 보내준 신청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정해진 시간에 여권, 비자, DS-2019, I-941 같은 준비물을 가지고 가면 된다. 오며 가며 자주 봤던 UW 타워(진짜 타워다… 짱 높다) 13층으로 가면 International Student Office가 있는데, 거기서 교육이 진행된다고.

p01 높이 우뚝 솟아있어 대략 U-District 근처에서는 어디서나 보인다. 근데 이건 오늘이 아니라 다른 날 찍은 사진이라 날씨가 흐리다

에어비앤비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2시까지 딱 맞춰서 가려고 1시 30분에 나왔는데, 이게 웬일… 무슨 공사판 때문에 길이 다 막히고 나는 길을 잃고 난리가 나서 정말 간신히 입구를 찾아 1시 57분에 도착했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고, 모든 사람들이 정시에 왔기 때문에 교육은 2시쯤 딱 맞춰 시작되었다.

대략 나를 포함 5명 정도가 J-1 그날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뭐 특별할 건 없었지만, 교육 담당자인 H는 매우 친절한데다가, 이런 식의 오리엔테이션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어디에서 강조하고 어디에서 무엇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우리는 VISITING program으로 와있는 사람들이고, 그러다보니 student intern이 정확한 우리의 포지션이며, 학교에 등록금(tuition)을 내지 않기 때문에 등록금을 낸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그리고 뭐 여러분은 일종의 ‘외교관(ambassador)’이라고 생각하라는 이야기도… 그래서 문화적인 체험(cultural experience)을 많이 하라고 강조하더라는.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기타 면허증 발급, 여행 정책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교육은 두 시간 정도가 걸려서 끝이 났다. 당장 해야 할 일은, 허스키카드(학생증)을 만들고, 등록비($1200~1300)를 납부하는 것. 학생증은 Odegaard library라는 학부생 도서관에서 만들 수 있고, 등록비는 Roosevelt Hall인가 하는 다른 건물에서 내면 됐다. 동선 상, 등록비를 먼저 내는 게 나아서 그렇게 하고, 학생증을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캠퍼스에 진입해보았다.

학생증 만들기는 금방 끝났고, 시간이 살짝 떠서 그 유명한 Suzzallo and Allen Library에 들러보았다. 딱 캠퍼스에 들어서면 엄청 멋지게 생긴 건물이 있는데, 보기만 해도 “그 유명한 건물이 저거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p02 이 날은 날씨가 무척 좋았다. 수잘로 도서관으로 가는 길.

해리포터 도서관이라고도 불리는데, 실제로 촬영을 한 건 아니지만, 2층 홀이 아주 고풍스럽게 생겨서 그렇게 불린다고. 대학원생 도서관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규모도 크고 멋져보여서 살짝 구경하기로. 1층만 둘러봤는데 스타벅스가 있는 것 빼고는 특이점은 없었다. 2층에 올라가봤어야 했는데 그러진 못하고 약속이 있어 서둘러 빠져나왔다.

p03 스타벅스xUW 콜라보 제품을 판다

p04 수잘로 도서관에서 나와 Red Square 쪽을 바라본 전경.



H 언니를 만나다

H 언니는 UW x GSCST 워크샵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였는데, 시애틀에 오기 전에 미리 연락해보지는 못했다. 워크샵을 했던 게 굉장히 예전이었고(아마도 2년 전?), 뭔가 바쁠 것도 같고… 등등의 용기부족으로 인하여? 그런데 전날 K가 말하길, H 언니도 내가 오는 줄 얼마 전에야 알았다면서 연락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용기(?)를 주어, 카톡으로 연락해보았다. 운좋게 바로 오늘 저녁 시간이 괜찮다고 해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 6시에 Thaiger Room이라는 태국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p05 Thaiger Room에서 먹은 세 가지 요리! 너무 맛있었음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소식을 업데이트 했고, 그 와중에 메뉴 주문하면서 언니가 영어를 너무 잘해서 물어봤는데… 산 적은 없고 유학 나와서 열심히 했다고. 근데 영알못인 내가 듣기에도 발음이나 인토네이션이 진짜 외국인 같아서 놀라웠다. 뭔가 결국 열심히 하는 게 답인 건가(…)하는 생각을 잠깐 하긴 했다.

아무튼 언니도 역시 K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도움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고, 특히 내 자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J 교수님과 함께 의논해보았다고 전해주었다. 미국 생활의 좋은 점과 향후 계획 같은 것들도 얘기하다보니까 밥은 다 먹었고. 처음이니까 또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해서 고맙게도 얻어먹고 내가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

p06 Slate Coffee는 오며가며 보던 곳인데 처음으로 뭔가를 마셔보았다. 매우 좋음.

Slate Coffee라는 커피가 맛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음료를 두 잔 사고 언니 집으로 가보았다. 역시 멋지고 좋은 집이었어… 가서 이리저리 구경하고, 침대 사는 것에 대해 조언을 들었다. Wallingford라는 지역에 있는 매트리스 상점에서 누워보고 골라서 샀고, 매트리스 박스를 같이 달라고 하면 프레임 없이 높이가 적당히 침대 크기가 된다고… 그래서 그렇게 하리라 마음을 먹었고. 또 식탁이 매우 좋아보였는데, IKEA에서 샀다고 $120 정도였던 것 같다고 가성비 짱이라며 ‘강추’했다. (그리고 후에 나는 침대를 월링포드에서 샀다)

p07 언니 집에 있던 식탁. 매우 탐이났다. 이거 사러 이케아 가야지.

언니는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면서 각종 정보도 알려주고, 생활에 필요한 얘기도 많이 해주었다. 일단 수요일 점심에 J 교수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날 오후에 iSchool 학생이 박사학위논문 프로포절(dissertation proposal)을 하니까 와서 구경해보면 좋을 거라고 했고. 그날 저녁에 친구와 영화를 보러갈건데, 시간 괜찮으면 같이 가자고도 했다. 또 R이라는 HCDE의 연구자도 한 번 소개해주겠다고도 했고. 학교 주변 작업하기 좋은 카페도 추천해주고… 나중에 청소기나 이불, 작은 탁자도 친절하게 빌려주겠다고 했다. 아무튼 그날 여러 가지로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고민을 나누느라고 밤 11시가 되는지도 모르고 미친 듯이 수다를 떨다가 정신을 차리고 11시 반이 되어서야 우버를 타고 집으로 왔다.

도착한지 며칠만에 좋은 사람들만 많이 만나서, 지금까지의 시애틀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 나의 총평.

  1. 뭔가 출입국 기록인 것 같은데, 사이트에서 인쇄할 수 있다. 내가 몇시에 어디로 들어왔는지의 전산기록인 것 같았다. 그걸 인쇄해서 가져가면 되고, 만약 안되면 가서 없다고 하면 알아서 인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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