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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관찰 일기: 생활자와 여행자 사이 어디쯤
Day+008 @시애틀의 어떤 에어비앤비에서 처음 쓰고, 새로 얻은 스튜디오에서 이어서 쓰다.
Day+008에 쓰고, Day+010에 이어서 쓰다.
시애틀 로컬 되기
이 도시와 더불어 UW 근처 대학가에는 몇 가지 적응해야 하는 포인트가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
이 동네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날씨. 매일매일 날씨가 바뀐다. 덕분에 잡담(small talk)이 조금 쉬운 이점이 있다. 일단 할 말이 없을 때는 무조건 날씨에 대해서 말하면 된다. 지금의 가장 큰 화두는 3월 말부터 시작될 벚꽃 축제(?)에 대한 것. UW 캠퍼스에 벚꽃이 만개하면 그렇게 아름답다고… 거의 만나는 모든 사람마다 체리블러썸 체리블러썸 거린다. 여튼 아직까지는 비가 오는 날에는 약간 쌀쌀하고, 또 어떤 날은 해가 강해서 덥기도 하고… 뭔가 이 다이나믹한 날씨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제서야 로컬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비 맞고 다니는 사람들
캐나다, 유럽에서도 생각했던 건데, 생각보다 여기 사람들이 우산을 잘 안쓰고 다닌다. 비가 정말 많이 내리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는다. 다행히 산성비가 아니라서 상관은 없지만… 게다가 나는 우산을 매우 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어쩌면 비맞고 다니는 게 꽤나 괜찮은 옵션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옷이 방수여야 좋은데… 아직까지는 옷이 다 천으로 이뤄져있고, 후드도 하나밖에 없어서 비 맞고 다니기에 용이하지 않다(?)
이렇게 비가 주룩주룩 내려도 다들 비를 잘만 맞고 다닌다
대학생 표준 옷차림
아무도 ‘신경써서’ 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 대학생들은 대체로 그런 듯… 물론 그것도 나름 신경써서 입는다고 듣긴 했지만. 여튼 내가 본 한 대학가의 학생들의 80%은 다음과 같은 표준(standard) 복장을 하고 다닌다.
표준 그 자체: 운동화+바람막이+후드+백팩+백팩에 꽂은 물병. 몰래 찍어서 미안합니다.
- 운동화: 일단 운동화 외에 다른 신발을 신은 걸 본 적이 없다. 거의 95% 확률로 운동화를 신고다닌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긴한데, 대체로 아시안이다. 백인 대학생들은 거의 100% 운동화.
- 바람막이: 비바람을 정말 막아줄 수 있는 용도로 입는다. 노스페이스를 정말 많이 본 듯. 비오면 여기서 딱 모자 쓰고 다니거나 빨리 걷는다(?)
- 후드: 뭐 말해 뭐하겠나. 나도 빨리 사야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 백팩 이상하리만치 백팩을 운동화만큼 사랑하는 듯하다. 옆으로 매는 가방 따위 안맨다!!! 느낌? 대부분 백팩을 맨다. 이건 그냥 학생들이라면 거의 100%. 옆으로 매는 가방을 본 적이 없다. 심
- 팩백에 꽂혀있는 물병: 백팩에는 양쪽으로 꼭 물병 꽂는 주머니가 있고, 물병을 거기에 꼭 꽂고 다니는 것이다. 것도 되게 큰 용량으로… 그게 참 인상깊었다. 아니 한국에서는 잘 보기 힘든 광경이지 않은가 싶어서. 물론 백팩을 안갖고 다니니까 그런가 싶기도 한데… 그렇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긴 하지만 뭔가 플라스틱 물병은 운동하는 사람만 많이 갖고다니는 것 같은데 신기하단 말이지.
예전부터 미국 대학생들은 한국처럼 그렇게 꾸미고 다니지 않는다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유학생 카페나 뭐 외국인 튜터들도 이야기는 많이 해줬는데… 예전에 아이컨퍼 때문에 중국 우한에 갔을 때도 대학생들이 별로 꾸미고 다니지 않고 운동화+백팩을 많이 매고 다녔던 게 기억이 난다. 렌즈 안 끼고 안경 많이 쓰는 것도… 뭔가 대학은 진짜 공부하는 곳으로 인식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별로 관심이 없는건지, 아니면 한국 만큼 수능으로 억압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건지… 뭐 다층적인 이유이겠지만 새삼 실용적인 이들의 접근이 어쩐지 편안하게 느껴져서 그건 참으로 좋다. 발 편하고 어깨 편하고 얼굴 편하고.
하루 요약
M 언니와의 점심식사
M 언니가 지난 수요일에 비가 무척 내리던 날에 우산을 씌워주지 못한 것이 엄청나게 미안했다고 했다. 아니 안 그래도 되는데, 비를 맞기로 한 건 내 선택이었고(우산을 안갖고 나옴) 뭐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었는데, 굉장히 미안해하면서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다. 왜 때문에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다들 마음씀씀이가 착한지…
- 점심 식사를 대접 받음: 레바논 음식점에 갔다. Chicken Plate를 먹었는데, 확실히 미국식 메뉴가 아니라 그런지 풀도 많고, 고기도 적당히 시즈닝되고 덜 느끼하고. 매우 좋았다. 앞으로 종종 사먹어야지. 아주 살짝 남겼는데 to-go-bag을 받아서 포장해왔다. 미국은 어느 음식점에 가든지 이 투고백이 있어서 편하고 좋다.
미국 와서 먹은 것 중에 손꼽히게 좋았음. 채소가 많아서 그런가(…)
- 우산을 선물 받음: 이게 감동포인트 중 하나였는데, 가벼운 우산이라며 건네주었다. 1년간 쓰고 다니라고. 잃어버릴까봐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고 느껴졌다.
- Allegro에서 커피를 마심: 아마도 여기가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팔았다고 주장하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언니가 밥을 사줬기 때문에 내가 커피를 계산하기로… 그런데 전날 스튜디오에 벗어놓은 코트에 지갑이 있는 걸 기억해서 너무 식은 땀이 났다. 하지만! 진짜 갑자기 불현듯 생각난 백팩에 있던 선생님이 주신 비상금! 그걸로 커피를 샀다. 안그랬으면 커피까지 얻어마실뻔… 암튼 카페는 분위기가 꽤 괜찮았고 커피맛도 나쁘지 않았다.
연륜이 느껴지는 커피잔
- 캠퍼스를 투어해줌: 원래 캠퍼스 투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UW은 건물이 고풍스러워서 유럽 느낌이 좀 난다. 그래서 좋았음. 수잘로 도서관 2층에 드디어 들어가보았다. 고풍스러운 열람실. 그런데 너무너무 조용해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사진을 몇 장 찍고 빨리 나왔다.
드디어 들어와본 수잘로 도서관 2층 열람실. 고풍스러워!
- M 언니 친구들을 소개 받음: M언니가 있는 019랩이었나? 그 연구실의 몇몇 사람들과 인사했다. 이베트, 카티아 등. 사람들은 다들 나이스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뭔가 여기 아카데미아에 있는 사람들은 공부가 정말 좋아서 한다는 느낌이다. 그런 게 한국과 다르다고 느껴진다. 3층 데이터 랩에 있는 Y 님을 소개해주려고 했는데 자리에 안계셔서 그 분은 소개받지 못했다.
필요한 게 왜 이렇게 많아?
이쯤되면 1년만 있겠다고 하는 게 아까울 지경이다. 뭐 이렇게 세팅할 게 많은지… 돈도 돈이고 너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만 한 달이나 일찍 나왔는데 날짜가 훅훅 지나가네. 다음주에 DOL(Department of Licensing)에서 워싱턴주 면허증을 만들어야 하는데, 필요한 서류가 있어서, UW 타워에 들러 서류를 찾았다. 한국인들은 국제면허증 가져가면 1:1로 교환이 되는 협정이 있는데, 내가 비자가 일반 F 비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J라서 그런지 암튼 뭐 확실하게 해두면 크게 문제될 일은 없으니까 미리 서류 준비하는 과정으로 귀찮아지는 게 낫겠지.
빨리 찾아가라니까 빨리 찾아가야지
그리고 그 김에 CVS 들러서 이것저것 편의용품들을 샀다. paper towel과 약간의 청소도구들, 주방 스펀지, 사람들이 추천한 cinnamon toast crunch까지. 융대원 박사 동기인 S는 고등학교+대학교를 미국서 나왔는데 저 시리얼을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N 선생님의 딸인 E 역시 자기는 시리얼을 좋아하지 않는데 저건 너무 맛있다고. 다음주쯤 먹어봐야겠다.
시나몬 토스트 크런치 도전!
University Book Store에 들러서 유덥 후드와 맨투맨을 하나씩 샀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랄까… 물론 기념을 위한 의미도 있지만. 여기는 서울대 기념샵 같은 느낌인데 유덥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물품들이 있는 듯… 나중에 친구들이 오면 여기를 데려가서 뭔가 사게 해야될 것 같다.
컵은 당연하고, 운동복 티셔츠 모자뿐만 아니라 별의별게 다있다
아무튼 일단 CVS에서 산 짐과 북스토어에서 산 후드가 무거워서 스튜디오에 옮겨놓고 나왔다. 몇 번 버스를 탔더라… 아무튼 거의 버스를 15분이나 기다려서 다운타운으로 가서 Nordstrom, Nordstrom Rack에서 필요한 것들을 좀 더 샀다. 생존을 위해…
Nordstrom에서 내려다본 시내.
Nordstrom에 갔는데 보니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아니 미국 옷 싸다며!!!”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M언니가 Nordstrom Rack에 가면 싸게 구할 수 있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니 바로 옆에 있는 것이었다. 들어가봤더니… 약간 우리나라 킴스클럽(?) 같은 느낌인데, 남은 물량을 사이즈별로 전시해놓고 아주아주 싸게 파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이 나서 몇 가지를 샀다.
- 나이키 운동화: 평균 $50-60 정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주 싸다. 두 켤레를 샀다.
인생에 신을 운동화 여기서 다 신고 갈 듯
- 나이키 레깅스: Nordstrom에서는 $100인데, 여기서는 $20-40 정도.
- 아디다스 방수가방: 방수되는 백팩을 사려고 했는데, 마침 디자인도 적당하고 대략 $30-60 사이였던가? 적당히 만족스러워서 구매.
바람막이와 후드는 맘에 드는 게 없어서 Nordstrom과 시내 Gap store에서 샀다. 이로써 일단 생존 키트 완성.
생존 3종 세트: 방수가방, 바람막이, 운동화
생활자로서 한발자국. 그런데 짐 놓으러 우버 타고 스튜디오로 돌아왔더니 왜 이렇게 아직도 없는 게 많은 거니… 이렇게 뭔가 사고 세팅하고 이러니까 1년만 있을 거라는 게 약오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