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렬하게 실패한 면허증 발급


Day+011 @70번 버스 안에서 처음 쓰다.
Day+011 @DoL에서 너무도 빡친 나머지 모바일로 이어서 쓰다.
Day+014 @스튜디오에서 나머지를 이어서 쓰다. 



아침의 시작


불길한 복선: 우버 왜 이래?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짐 챙기고, 에어비앤비 체크아웃을 할 때까지도 순탄했다. 하지만 뭔가 오늘부터 일이 그렇게까지 순탄하게 풀리지 않으리라는 걸 우버 잡으면서 알았어야 했는데… 아침에 우버를 잡는데 뭔가 서버 문제인지, 드라이버가 배정되었다가 취소됐다.

p01 기껏 주소 찾아서 보냈더니 취소됨ㅋ

덕분에 드라이버 재배정 돼서 우버 잡는 데 10분이나 걸렸는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뭔가 했는데 그래도 뭐 적당히 왔으니까 됐지 뭐… 하면서 다운타운에 가기 위해 다시 집을 나섰다.


곧 모두 바뀔 원래 계획

오늘의 야심찬 계획은 원래 이러했다.



그놈의 면허증이 뭐길래


미국의 행정을 얕보다

스튜디오에서 8시쯤 출발했다.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70번 버스를 타고 20~30분 정도 가면 다운타운이다. 애초에 70번 버스에 Downtown Seattle이라고 써있음. Union St.에서 내리면 되는데 얼마 전에도 쇼핑하러 나왔던지라 어렵지 않게 내렸다. DoL까지는 3분만 도보로 가면 되고, 그때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오피스를 찾아서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했는데… 홈페이지에 대기시간도 친절하게 나와있다.

p31 이때까지만 해도 미래를 몰랐지

입구에서 번호표 나눠주는 직원이 뭐 하러 왔냐고 해서 면허증 만들러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코리안이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다. 서류 다 가져왔냐고 해서 다 가져왔다고 했다. 약간 그냥 가볍게 여권이랑 SSN 있는 거 맞지? 라고 해서 아니 나 SEVIS 도큐먼트 가져왔어 SSN 없어 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그 안내 직원은 세비스뿐만 아니라 너의 로컬 주소를 증빙할 공식 문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놈의 The Proof of Residency 진심 이제는 이 단어만 들어도 노이로제 걸릴 듯. 여튼 이걸 증명하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전기요금 영수증이나 학교 성적표 같은 것. 근데 그게 있을리가 있나. 전기요금은 두 달 후에나 온다고 그러지(진짜 느려터짐) 성적은 없으니 성적표가 없고… 그래서 내가 UW ISO(국제 학생 센터)에서 세비스 있으면 괜찮다고 했다, 근데도 주소 증빙이 필요하냐고 했더니, 뭐든 괜찮으니 증빙이 될 거 하나만 있으면 되고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황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뭐 있을리가… 그래서 국제 학생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전화 연결도 되지 않고(출근을 안했나?) 분명히 비자 교육 때 세비스랑 여권만 있으면 된다고 그랬는데… 세비스도 오픈하지 말라고 해서 고이고이 가져왔는데… (근데 나중에 알게된 건 이거 한 번 꺼내볼 걸 그러면 빨리 해결될 수도 있었는데) 일단 오피스를 빠져나와 허탈하게 있다가 재빨리 국제 학생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 세비스랑 여권 가지고 왔는데 얘네가 주소 증빙하라고 한다. 무슨 방법이 없냐… 진심 그 당시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온 것도 짜증나고, 왜 잘못 알려줘서 나를 고생하게 하나 했는데… 생각해보면 UW 직원들이 이런 일 처음이 아닐텐데 그 사람들이 잘못했을리가 없지. 좀 침착하게 생각해볼 걸 그랬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람들이 잘못 알려준 것으로 판명됨



온디맨드 서비스도 그지같네

하여튼 그때는 하도 혈압이 올라서 나름 구구절절하게 메일을 보낸 후에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이후에 어쩔 것인지 생각해보고자 오피스 근처에 있는 Peet’s Coffee에 들렀다.

p02 아메리카노 너무 뜨거워서 입천장 다 데었음

깨알 당황 포인트는… 유딕에서 커피 먹을 때는 이런 질문 안받았는데, 직원이 “Do you need room?”이라고 질문한 것. 처음에는 읭 잘못들었나… 해서 뭔 룸 말하는거냐? 되려 물었더니 크림 넣을 공간 필요하냐고 그런 거였다. 이 얘기를 한 번 듣고 나니 그 후에 진짜 여러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걸 알게 되었는데, 한 번 알게 되니까 자주 들리더라. 이렇게 하나씩 배워간다. 암튼 크림은 됐다고 하고 커피 받아서 자리에 앉아 카셰어링 서비스나 가입하자 했다. 국제 면허증으로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근데 Car2Go 가입하는데… 이 멍청이들이 시스템을 너무 그지같이 만들어서 이메일 인증도 안되고, 잘 안되면 전화하라고 하고. 국제 면허증 업로드 하려니까 에러나고. 짜증나서 하다가 말고… 그냥 Zipcar로 갈아타자 해서 가입하는데. 여기는 또 요금을 안내면 가입이 안되고… 화가 났지만 가입을 시도했다. 그나마 면허증 업로드 하고 가입했는데… 이놈들이 또 너는 외국인이니까 추가 증빙 요청하는 메일 보낼게 이러는 것이다. 뭐 그 정도야 어렵진 않으니까…

p03 레코드 어쩌구 메일로 보내면 된다구? 알았어~

하지만… 아니었다. ?????

p04 ????? 여기 아님ㅋ

하지만 이쯤되면 자신과의 싸움이므로 침착하게 다시 하라는대로 하기로 한다. 그리고났더니 여기는 또 바로 앱으로 차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집으로 카드를 보내준다고… 그러니까 그냥 차를 근 시일내로 쓸 생각은 포기하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인가보지 뭐…

p32 관두자 관둬…

재도전!

오전에 DoL에서 빠져나오니 대략 9시쯤이었다. 다운타운까지 왔는데 허탕치기가 싫어서 원래 계획한대로 아마존 고에 한 번 갔다가, 파이크 플레이스에 구경가기로 했다. 혹시 그 사이에 메일 답장이 올 수도 있으니까. 아마존고에 다녀온 이야기는 아마존고에 다녀오다에 써두었다.

진짜로 아마존고에서 나오니 유덥 국제학생 담당자가 메일을 보내왔다.

p33 결론: 시스템이 느려서 그런가봐

근데 나는 SEVIS를 꺼낼 기회조차 없었고, 이 메일은 당연히 SEVIS만 가지고도 된다는 전제를 하고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서 그런가봐라는 요지로 보냈으니… 혹시 몰라 SEVIS 봉투 앞뒤를 살펴보니, 뒷면에 너무 떡하니 “Proof of Residency”라는 말이 써있지 않은가… 나는 “아 역시 아까 그 안내원 잘못이야 짜증나”하면서 다시 DoL로 향했다.

p34 너.무.나 떡하니 나의 거주지 증빙 문서인데ㅠㅠ

p15 앞면은 이렇게 봉해져(sealed)있다. 뜯어보지 말래서 아예 손도 안댔더니…

다시 가니 다행히(?) 안내 담당직원이 바뀌어 있어서 나는 그냥 스무스하게 번호표를 받고 자리에 앉아 대기했다. 거의 30분 정도를 기다렸다.

p16 이 번호표 받으려고 별의별 쌩쇼를 다했네 물론 부질없는 짓이었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서, 국제면허증, 한국면허증, 여권, SEVIS를 가지고 담당자에게 갔다. 그.런.데. 그 직원은 정~말 친절했는데, 안타깝게도 서류가 부족해서 발급이 안된다고 했다. 왜냐면 “너는… SSN2이 없으니까, 서류가 많이 필요해” 그래도 그 직원은 나를 위해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주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서류 작업도 미리 등록해서 전산에 띄워주고… 다음에는 정말 서류만 가져오면 빨리 해줄 수 있다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허.무. 그렇게 면허증 발급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냥 포기할까봐.

오늘의 후반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장보기

예전에 시애틀에 놀러왔을 때도 구경하러 잠깐 들렀는데, 오늘은 나름 ‘사는 사람’으로서 장을 보러 들렀다. 그때는 유명한 베이커리들에 사람이 많아서 못 갔는데, 마침 타이밍이 좋았는지 나름 유명한 파이크 플레이스 스타벅스 1호점 바로 옆인 Piroshky Piroshky에 사람이 많이 없어서, 빵을 하나 사먹었다.

p17 베이컨+해시브라운 머시기. 매우 맛있다

분위기는 그냥 시장인데, 나름 그래도 평화롭고 정취가 있다.

p18 시장 풍경1
p19 시장 풍경2

시장을 조금 구경하다가, 마트에서 진짜 해산물을 너무 안팔아서 시장에 온 김에 해산물을 사려고 시도했다. 외국+해산물이라는 점 때문에 약간 떨렸지만… 나름 그래도 뭐 큰 문제없이 그렇게 사고 싶었던 조개와 새우를 샀다. 해감을 해야하는지 물어보지를 않았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p20 시장 중앙쯤에 있는 Pure Food Fish Market에 들름
p21 조개 1파운드, 홍합 1파운드, 새우 1.5파운드를 샀다

시장에서 비누받침과 버섯과 카이옌페퍼도 샀는데… 이상하게 여기는 페퍼론치노 홀을 팔지 않는다. 아무도 매운 걸 안좋아해서 그런걸까? 아마존에도 없고… 아무튼 시장에서 큰 향신료 가게에서도 팔지 않아서 결국 애꿎은(?) 카이옌페퍼를 사왔다. 그리고 버섯, 그것도 새송이버섯을 샀다!! 버섯도 여기는 마트에서는 양송이만 팔아서 너무 슬펐는데, 시장에 가니 다양한 버섯을 파는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

p22 좀 비싸긴한데 새송이와 백만송이(?) 버섯을 샀다

이외에도 이날 다운타운을 돌아다니면서 K의 집에서 보았던 엄청 예쁜 악세서리 보관대(?)를 샀다. 나중에 사진 찍어서 올려야지.

H언니와 함게 유빌리지(U Village)에 가다

이날은 이렇게 끝나지 않은 게, 너무 아침부터 나와서 움직였는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는데도 1시인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아까 산 빵 남은 걸 먹고, 준비해서 H언니가 추천해준 Ugly Mug에 가려고 했는데, 마침 언니한테 연락이 왔다. 자기 Ugly Mug에 있는데 혹시 시간 괜찮으면 지금 청소기 줄 수도 있다고. 그래서 어차피 나도 작업도 할 겸 거기서 만나자고 하고 어글리 머그로 갔다. 그리고 작업을 좀 하다가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p23 어글리 머그의 얼그레이 라떼

나는 전날 그지 같은 곳에서 밥을 먹고 비위가 매우 상했기 때문에 좀 우아하게(decent) 저녁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U-village, Fremont 등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오늘 다운타운도 갔다오고 그랬으므로 가장 가까운 유빌리지에 가보기로 했다. 약간 쇼핑도 하고 밥도 먹기로. 갈 때는 걸어서 갔는데 약간씩 비가 왔다.

p24 유빌리지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유럽의 아울렛 같기도 하고?

p25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음

유럽의 아울렛이라든지, 산호세에서 갔던 아울렛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분위기도 괜찮고 조용하고 새로 지어져서 매우 깨끗한 느낌이랄까. 이런저런 소품점에서 쇼핑하고 구경했다.

p30 쇼핑하다 구경한 스시 양말(…)

아마존 서점이 굉장히 신기한 게, 책에 가격표가 아닌 바코드로 계산이 되어서, 실제로 온라인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것. 재미있었다. 역시 아마존?이라는 생각이…

p26 이제 슬슬 친근해지는 아마존 썩소

밥을 먹으러 Joey Kitchen으로 향했다. 거기서 맥주에 빠에야, 교자, 치킨양상추랩을 주문했다. 아… 너무 맛있었음. 사람이 이렇게 좋은 것도 가끔씩 먹고 그래야 정서적으로도 좋은 것 같다. Super great!

p27 Corona Lite와 레몬!

p28 많으면 어쩌지 했지만 정말 싸그리 다 먹어버림

밥을 먹고 Trophy Cupcake에 가서 컵케이크를 하나 사서 언니랑 나눠먹었다. 와… 진심 부드럽고 미국맛. 다음에 기분 안 좋을 때 와서 하나 사먹어야지.

p29 쿠키앤크림 컵케이크

컵케이크를 먹고 QFC라는 엄청나게 큰 마트에 갔는데, 너무나 신이났다. 왜 몰랐을까 이렇게 큰 마트가 있다는 걸… 내가 너무 눈이 휘둥그래져서 H 언니는 본 이래로 가장 신나보인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근데 사실이었어… 왜 나는 일찍이 유빌에 와보지 않았을까. 후회되던 순간(?) 여기는 커서 그런지 해산물도 많이 팔고 이것저것 정말 물건의 천국. 마트 구경하다가 수요일에 만나기로 했던 R님도 잠깐 마주쳐서 인사하고 그랬다.

QFC를 끝으로 H 언니 집까지 우버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 와중에 또 뭘 배웠는데(?) 돈을 나누자고 했더니 “너 Venmo3해?”라고 물어본 것. 그게 뭐냐고 했더니 한국의 Toss 같은 거였다. 약간 모든 사람이 다 해서 이제 Facebook이나 Uber가 동사(verb)가 된 것처럼 Venmo도 그렇다고… 아무튼 그러고 언니 집에 가서 작은 청소기를 받고, 처음으로 Lyft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길고 긴 하루가 그렇게 끝이 났다.

  1. Department of Licensing의 약자. 여기서 여러 가지 면허증을 발급한다. 대부분의 경우 매우 붐벼서 2-3시간 대기가 기본이라고. 

  2. Social Security Number. 사회보장번호. 아주 쉽게 말하면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인데, 주민번호와 다른 점은 바꿀 수도 있고,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이 번호 자체에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주로 세금 납부(taxation)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국제학생센터에서는 1년 최대로 방문하는 J비자로 온 학생들에게는 SSN을 굳이 불필요하게 발급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3. Venmo - Share Payments 완전 토스다 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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