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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미래, 아마존고(Amazon Go) 후기
Day+014 @스튜디오에서 처음 쓰다.
Day+015 @Suzzallo library starbucks에서 이어서 쓰다.
시애틀에 오면 아마존 고에 꼭 가보리라 생각했다. 짧지만 강렬했고… 이게 쇼핑 경험의 미래일까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우리는 쇼핑을 마무리짓는 ‘계산’ 없이도 쇼핑 경험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한 번 정도 다녀온 후에 드는 느낌은… 한두번만 그 이상하고 신기한 경험을 지나면, 아마 일상처럼 스며들지도 모른다는 것. 그렇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는 한 번 생각해보자.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일지 모르나, 그것이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쇼핑의 미래, 아마존 고(Amazon Go)에 다녀오다
아마존고는 DoL에서는 걸어서 15-20분쯤? 보니까 Amazon Sphere라는 멋들어진 아마존 오피스 근처에 있는 거였는데, 거기는 뭐 직원이랑 같이 들어가야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라는듯…
올ㅋ멋있음ㅋ
작년 CHI에서 시애틀 경유하면서 그때도 가보고 싶었는데, 그때는 퍼블릭 오픈이 안 된 상태라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근데 아마도 얼마전부터 일반인에게도 공개가 되어서 들어가볼 수가 있다는 것! 유엑서로서 또 아니 가볼 수 없지 않은가(?) 신기할 것도 같고…
아마존 고로 가는 길!
영업시간은 7am-9pm
들어가려면 앱이 필요하기에, 미리 다운 받아두었고 카드 정보도 미리 등록해두었다. Amazon Go on App Store 그러면 이렇게 바코드가 뜨는데, 마치 도서관 들어갈 때 바코드 학생증 찍고 들어가듯 들어가면 된다.
이런 식으로 앱에 바코드가 나옴
도서관처럼 이런 출구를 지난다
팝업스토어(?)스러워서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있을 것 다 있는 느낌에… 아직은 직원들이 물건 관리, 안내 등을 하느라 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들어갈 때 이런 짱짱한 장바구니를 하나씩 나눠줘서 들고 들어가서, 물건을 가방에 집어넣으면 된다.
생각보다 질이 좋은 장바구니
재밌는 건 천장. 역시 카메라가 잔뜩 달려있다.
저 검은 것들이 다 카메라다. 실시간으로 사람, 물건의 드나듦을 확인한다.
약간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물건을 집었다가 놓았다가, 바구니에 넣었다가 어쨌다가 하면서 두 가지 정도 품목을 샀다(?) 남들이 물건을 집어서 ‘가방’에 바로 넣는 걸 보니 뭔가 도둑질하는 걸 목격하는 느낌이었는데… 나 역시도 좀 낯선 기분이었고. 경험적으로 새롭다고 느낀 점은, 체크아웃이 없으니까 ‘쇼핑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그래서 가게 밖으로 나가기가 망설여진다는 점. 그때까지만 해도 뭔가 이건 ‘이상한 경험’인 것 같다고만 생각했다. 물론 신기하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쇼핑 패러다임에 어긋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쇼핑의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뭔가 기분이 묘하게 찜찜하기도 하고. 어쨌든 망설이다가(?)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빠져나왔다.
머그컵과 치즈를 바구니에 넣고 그대로 상점을 나왔다
그리고 길을 걸어가는데… 한 5분 지났을까? 여기서부터가 이 경험의 진수일 것이다 아마존고 앱에서 푸시가 왔다. 내가 아마존고 마켓에 4분 34초 머물러 있었고, 내가 뭘 샀는지도 다 파악했다는 내용.
약간은 오싹한, 그리고 신기한…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들면서도, 묘하게 좀 흥분된다고 해야하나? “얘네 진짜 미친 거 아냐? 대박이다”(좋은 뜻으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영수증에는 정확히 내가 산 물건들의 가격과 품목이 찍혀있었다.
물건을 많이 사진 않았지만, 그래도 정확하다
소문만 무성했던, 카메라와 영상을 통한 실시간 리테일 활동 분석. 흠,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가게 내에 사람이 꽤 많았는데도 엄청나게 정확하다.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일종의 충격(?)이다. 두고두고 곱씹어볼 점이 많은 듯하다. 우리는 체크아웃 없는 쇼핑을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체크아웃이 없어진 게 아니라, 약간 미뤄진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 하나의 순서의 변경/축소만으로 굉장히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기술이라는 것… 여러 모로 고민해봐야하는 점이 많은 듯하다.
결국 중요한 건, 아마존 고가 보여주는 ‘기술’을 통한 쇼핑 경험의 재구축일까? Amazon Echo부터 여러 모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확실히 미국에 오니까 Amazon 생태계에 편입되며, (특히 시애틀이라…) 그래서인지 아마존 파워를 엄청나게 느끼게 된다. 기술과 리테일 경험 세계도 참 흥미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