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 하루


Day+048 @스튜디오에서 쓰다



작은 할 일

며칠 전쯤에, 그러니까 지난 주였던 것 같다. SNU HCI 그룹에서 알고 지냈던, 지금은 D모 여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H님이 연락을 해오셨다. 2014년도 카이에서 처음 뵈었고, 워낙에 성격이 좋으시고 그러셔서 그 후에도 종종 만나면 잘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박사 졸업하고 교수가 되셨다고 들었는데 연락해서 인사할 생각을 못하고 있던 차에 먼저 연락이 온 것.

H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인지 아니면 지도 학생들인지 아무튼 학부생들이 뭔가 프로젝트를 하는 모양인데,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당연히 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안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러겠노라고 했다. 다만 내가 시애틀에 있어서 이메일로 하거나 화상으로 해야 한다고… 여튼 간만에 안부도 묻고 그랬다. 아, 기억나는 게 지난주 목요일 저녁이다. 왜냐면 그때 금요일 스카이프 회의라 준비하고 있어서 매우 밤늦은 시간이었기 때문.

아무튼 그 이후로 학생들이 주말에 연락와서, 구구절절 예의를 갖춘 메일을 보내고 서면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서면인터뷰가 더 빡센데. 뭐, 나도 대학생 때는 그런 도움이 절실했던 때가 있었으니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그 학생들은 재빨리 내게 인터뷰 질문지를 보냈는데 사실 바쁘기도 하고 우선순위에 밀려있었다. 게다가 나한테 그걸 보냈을 때는 당연히 주말이었다. 그러니 밀리고 밀려서 암튼 어제 독촉 메일을 받았다. 목요일까지 달라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그냥 얼마나 그 애들이 급할까 싶기도 하고 해서 해치워버렸다. 근데 좀 시간을 많이 뺏긴 게 대략 self-tracking과 IoT를 연결시켜 달라는데, 두 개의 개념/기술이 약간 충돌하기 때문에 애를 먹었다.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질문한 것도 있어서 그것까지 설명하느라… 여튼 그거 때문에 오전 시간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페이스북 청문회

그리고 떠들썩했던 것. 페이스북 청문회가 시작되었다. 페이스북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로 미국에서는 delete facebook 운동도 있었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뭐랄까 미적지근하다. 별로 이슈도 안되는 것 같고… 하지만 지금 미국은 난리. 페이스북 청문회는 이례적으로 엄청난 수의 국회의원이 다 참석해서 질의를 하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암튼 나도 밥을 먹으며 청문회를 시청해보기로.

p02 점심은 닭가슴살 오븐에 굽고, 빵 남은 것과 샐러드로 해결

여튼 나도 블룸버그에서 라이브 해주는 채널을 틀어서 보았다. 주가 그래프를 같이 화면 하단에 배치하는데, 한마디 한마디마다(물론 실제로 그게 반영된 건 아니겠지만) 그래프가 요동치는 걸 보자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돈이구나?

p01 실제로 이 날 페이스북 주식은 4-5% 정도 상승했다고

여튼 완전히 다 들리진 않았지만, 약간만 들어도 굉장히 잘 해낸 느낌이었는데… 일단 법정물 미드에서 많이 봤듯이, 로펌 변호사들에게 엄청나게 훈련받은 느낌. 말 시작할 때마다 “senator(의원님)”으로 시작하고, 말의 강약을 조절하고, 딱딱 끊어서 말하고, 바로 Yes인지 No인지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아닌 것들은 이유를 설명하고.

상원의원들의 질문의 수준이 우리나라보다는 높았는데, 뭔가 IT에 대한 지식은 없는 느낌… 뭔가 “페북 메신저앱이 전화번호부에 접근한다고 한다. 동의가 있었냐”라고 물으니까 당연히 주커버그가 “페북 메신저 앱에는 처음에 주소록, 메시지를 동기화하는 것을 물어보는 메뉴가 있고 사용자가 원한다면 언제든 멈출 수 있다”고 야무지게 대답.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최고의 순간은 이 때. 상원의원 Dick Durbin의 질문에 머뭇거리며 말하고, 그것이 바로 이 사태의 본질이라는 날카로운 비평을 할 때. 일부만 옮겨본다.

Word for Word: Senators Question Facebook CEO Mark Zuckerberg on Privacy Rights (C-SPAN) - YouTube

Durbin: 주커버그 씨, 당신이 어제 묵었던 호텔 이름에 대해 편하게 공유해줄 수 있습니까?
Zuckerberg: 음….(당황한 웃음) 아… 아뇨.
(청중 웃음)
Durbin: 그러면 이번 주에 문자했던 사람 중 한 명의 이름을 말해줄 수 있습니까?
Zuckerberg: 의원님(Senator), 아뇨, 저는 여기서 그렇게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걸 선택하진 않을 겁니다.
Durbin: 제 생각에는, 그게(주커버그의 대답) 바로 이 사태의 전부인 것 같군요(I think that might be what this is all about).

여튼, 미국에서는 다들 페북 때문에 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chool에서 졸업하고 페북에 입사하는 학생들은 꽤나 많음. 마치 S전자 욕하면서 거기에 취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단 하루 일과를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기 때문에 일단 밖으로 나가서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열심히 구글링을 하며 동네에 조용한 카페를 발굴.

p03 날씨가 무척 좋았다

Jake’s Coffee라는 곳이 트레이더 조 근처에 있는데 굉장히 조용한 것 같아서, 거기로 가기로 했다.

p04 뭔가 작은 동네 카페 느낌

p05 실제로 정말 한가로운 작은 카페였다

작업하기 딱 좋은 정도의 사람들. 커피는 나쁘지 않았다. 조용하고 따뜻하고, 해가 잘 들어서 좋았고. 한두시간 정도 IRB 작업을 하다가… 저녁에 운동을 해야지 싶어서 IMA 클래스를 뭘 들을까 엄청 고민을 했는데. 테니스를 할까 했더니 이미 마감이 되어서, 결국 화/목 30분짜리 코어 트레이닝을 결제했다. 택스 붙여서 $30 정도에 한 쿼터이니 뭐, 열심히만 가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다. 시작은 당장 오늘 6시 40분.

p05 코어 트레이닝!

5시부터는 VISIT&VISER Program Office 해피아워인데… 갈까말까 엄청나게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이런 데도 좀 나가보자 해서, 집에 가는 길에 있는 Big Time Brewery에 들렀다. 새로운 사람들 몇몇을 만나서 인사도 하고 30-40분 정도 있다가 나왔다. 아무래도 비슷한 처지이다보니 전공이 달라도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이었음.

p06 해피아워와 프로그램 사람들, 꽤나 많다

6시에 나와서 집에 들러서 물병을 챙겨서 서둘러 집을 뛰쳐나왔다. 집에서 IMA까지는 걸어서 20분이니 뛰어도 10분이 넘게 걸린다.

p13 나이키 앱으로 측정한 코스

거의 하나의 달리기 코스가 따로 없다. 근데 앞으로는 스트라바 써야지. 심박도 측정하고. 이날따라 애플워치가 에러가 나서 원…

p09 IMA 입구, 날씨 멋지다

여자 라커룸에서는 학생증을 맡기면 당일 라커를 쓸 수 있는 자물쇠를 준다. 열쇠는 저렇게 거대한 옷핀에 달려있어서, 아주 얇은 운동복에 딱 고정할 수도 있다. 무척 실용적임.

p10 거대한 옷핀에 달린 열쇠

겨우 시간 맞춰 들어갔다. 매트 위에서 하는 맨손 운동이다. 30분이라 만만하게 봤지만… 코어가 전혀 없는 나로서는 플랭크 5회와 간단한 크런치만으로도 엄청 힘들었음.

p11 시작 전… 운동용 레깅스 필수

p11 체육관 오기 전 급하게 UW 북스토어에서 산 물병

운동 끝나고 집에 오는 것도 일이다. 어쨌든 또 걸어서 20분. 앞으로 이렇게만 하면 살이 더 찌진 않겠지.

여기 처음에 오자마자 에어비앤비에서 지내면서 3kg 정도 빠졌었는데, 지금 3kg는 물론이고 더 쪄서 거의 한 달만에 4-5kg 정도가 늘어난 느낌이다. 맨날 집에서 먹기만 하고 잘 안움직여서 그런듯… 앞으로는 좀 운동도 하고 건강하게 살아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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