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 처지는 하루


Day+049 @Victrola Coffee Roasters에서 쓰다



비오는 날 라멘 먹기

오늘은 비가 온다. 이번 주 내내 비가 올 것이다. 몸이 무거웠다. 물먹은 솜처럼. 어제 2시에 잤지만 8시에 눈을 떴다. 아침을 먹고 조금 누워있다가, 9시 30분에 어쨌든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비가 쏟아지는 걸 보니 살짝 나가기가 싫어졌지만 어쨌든 그래도 나간다. 다운타운에 들러 면허증을 만들 생각이다. 미루면 계속 미뤄지기만 한다.

날씨가 춥기도 하고, 어제 자기 전에 벤쯔의 라멘 먹방을 보고 나니 라멘이 먹고 싶어졌다. 요즘 예능에 자주 등장하는 승리의 아오리 라멘에 가서 무려 라멘을 10그릇이나 먹고 나옴. 암튼 너무 맛있게 먹는 바람에, 조만간 먹어야지 생각은 했는데… 마침 이왕 다운타운에 가는 것, 구글맵과 옐프를 틀어 라멘집을 검색해봤다. 예전에 듣기로 다운타운 쪽에 ‘우아지마야’라는 국제 시장이 있다고 했는데, 이미 이름부터가 일본풍. 뭐 시애틀에서 코믹콘도 많이 열리고, 애니메이션의 도시라고 하니 일본 음식점이 많은 것도 이해가 된다. 생각보다 다운타운에 라멘집이 여러 개 있었고, 평점도 다 좋았다. Ooink라는 라멘집이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곳이었고, 별점은 4.3점 정도. 이 정도면 훌륭하지. 캡힐에 있다. 예전에 갔던 캐피톨 커피웍스 바로 옆쪽 QFC 건물에 입주해있는 듯하다.

집에서는 49번 버스를 타면 바로 20분만에 가는데,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다. 생리통 때문에 약먹는다고 집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바람에 정말 30초 차이로 놓친 것. 마침 그런데 오늘은 5-6도 정도로 날씨가 엄청 춥고 바람이 분다. 20분을 더 기다리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아, 리프트 쉐어(라인이라고 부르더라)를 잡아타고 간다. 여러 사람이 pool해서 가는 것. 우버에도 우버X와 우버풀이 있듯이… 리프트도 똑같다. 아무튼 라인이 훨씬 싸서 이걸로 가기로 결정. 시간은 버스와 비슷하지만, 편하고 어쨌든 가격 자체는 그냥 리프트의 절반 정도니까.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아무튼 그렇게 15분쯤 걸렸던가? Ooink에 도착했다. Ooink 내부는 매우 좁았다. 혼자서 먹기에는 편했지만. 들어가니 메뉴판, 그리고 메뉴를 고르게 하는 종이와 펜을 주고 주문할 메뉴를 체크하게 한다. 일본스러운 시스템. 가게 내부에 들어가니 주방에서 이랏샤이마세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셰프인가?

pic 귀여운 로고

매운 맛의 라멘을 시켰는데, 마늘이 엄청 들어가 있어서 알싸한 것이 맛있었다. Spicy Kotteri라는 이름. 근데 사실 뭔 뜻인지도 모르고 먹었다. 찾아보니 ‘진하다’는 뜻인듯? 여튼 라멘은 $12쯤 했고, 거기에 green vegi라는 뭔가 정체불명의 $2짜리 사이드를 함께 시켰다. 나중에 알고보니 뭔가 약간 배추/청경채 사이의 초록 식물을 절인 것(?)으로, 엄청나게 짠 라멘과 먹기에 적절했다.

pic Spicy Kotteri lv.3에 green vegi를 추가

그런데 너무 짜다… 그래도 다 먹었음. 맛은 있었다. 근데 다먹었더니 지금 너무 배가 부른 상태…


카페 작업

Victrola Coffee Roasters라는 카페가 있어서 찾아왔다. 구글맵이랑 옐프에서 커피맛도 너무 좋다고 하고 그래서? 스벅 로스터리는 사실 뭐 여러 번 갈 정도는 아니고… 이 근처는 약간 엄청 예전 초창기 가로수길 느낌이 난다. 어쩌면 약간 한남동 느낌이기도 하고. 여튼 그래서 여러 카페 중에 스벅 로스터리 정말 바로 옆? 한 30m 떨어져있으려나? Victrola로 왔다.

pic 길 건너 바로 저 곳!

내부는 가운데 커다란 책상이 있는 게 특징이고… 굿즈를 많이 팔고 있었다.

pic 평범하다면 평범한 내부

바닐라 라떼가 맛있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진심 컵이 너무 커서 다 마셨더니 배불러 죽겠음. 커피맛은 산미가 높지 않고 고소해서 무척 맛있었다.

pic 라떼 아-트

근데 사람이 많아서인지 다소 산만해서 집중해서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분명히 약을 먹고 나왔는데 굉장히 허리와 배가 아픈 상태… 집에 갈까봐. 귀찮은 일들 여러가지(Sim Card 충전, 캐나다 출장 알아보기, 컴퓨터 폴더 정리) 등은 처리했다.


충동과 비 내리는 주간

충동적으로 이번 주 주말, 그러니까 토요일에 워싱턴 레이크 세일링 액티비티를 신청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약간 프립처럼 경험들을 파는 건데… 솔직히 하이킹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장비도 없고 뭔가 세일링이 만만해보여서 했다. 그리고 진짜 후기가 너무너무 좋았음. 그런데 지난 주말, 그러니까 토요일에는 그래도 날씨가 나쁘지 않았어서 좀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번주 내내 비가 오고, 토요일은 심지어 하루종일 거의 100% 확률로 비가 온다. 그래도 지금 환불 받을 수는 없어서 일단 가야하는데… 비가 오니까 비옷을 또 사야지.

Macy’s라는 아울렛에 들러서 Nike와 North face 옷들을 샀다. 체육관 가야하니까 운동복들도 겸해서. 게다가 오늘 너무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버려서, 나도 모르게 자꾸 따뜻한 옷들을 보고 있는 것. 결국 파타고니아 후리스도 2벌이나 사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Sephora 들러서 다음주 카이 때 필요한 여행용품 좀 사고, 스벅 로스터리에서 보온병도 하나 샀다. 지난번에 갔을 때 봐둔건데, 그냥 그때 살 걸 그랬다. 보온/보냉뿐만 아니라 샘 방지(leak-proof)도 되고, 위에 뚜껑은 컵으로 쓸 수도 있다. 가격은 $40… 좀 숙연해지지만 앞으로 열심히 잘 쓰면 되지.

pic 요런 모양이다

아무튼 오늘 왜이렇게 추운지… 그래서 자꾸 따뜻함과 관련된 걸 사게 된건가? 집에 돌아올 때는 양심적으로(?) $2.5짜리 버스를 탔다.

집에 돌아오니까 몸이 천근만근인데…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운동복도 도착을 해서, 그것과 오늘 산 것을 입고, 집을 좀 정리하고, 여전히 배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약 먹고, 솔직히 가지말까 유혹에 살짝 흔들렸지만, 그래도 체육관으로 갔다. 나가자마자 비가 쏟아져서 비맞으면서 적당히 뛰어서 IMA 도착.

pic 체육관 라커 매우 미국적이다 뭔가 어디 영화에서 본 것 같지

코어트레이닝 세션은 오늘도 역시 힘들었다. 플랭크는 누가 개발한거지… 인간이 이런 자세로 있을 때 가장 힘들다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걸까. 참나… 암튼 오늘 세션에서는 플랭크 5세션하고, 크런치 하고 뭐 그랬다. 그거 쪼끔 했다고 또 땀이 나고 난리. 돌아오는 길에는 더이상 뛸 체력이 없어서 천천히 걸어왔다. 배도 고프고… 물론 점심도 많이 먹었고 운동 전에 사과 하나 먹고 갔지만 그런 것과 허기는 상관이 없는 걸로.

pic 저녁은 간단하게

저녁은 간단하게 먹었다. 소분해둔 야채랑 코울슬로 하려고 절여둔 양배추+당근에 삶아둔 달걀, 발사믹과 올리브오일 넣고 지퍼백 흔들어서 설거지 필요없는 샐러드를 만든다. 코스트코에서 사둔 딸기를 잊어버려서, 냉장고에서 구출해서 바나나와 함께 갈아서 먹으면 든든하고… 남은 딸기는 씻고 다듬어서 소분하여 얼려버렸다. 앞으로 주스 해먹으면 얼음이 따로 필요없겠군.

밥먹고 집정리하고, 지난 주에 인터넷 쇼핑몰 세일해서 샀던 옷들을 입어보고 사이즈 안 맞는 것들을 반품하기로 한다. 한국이랑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데, 뭔가 매우 귀찮다… 뭐든 반품은 귀찮아. 그냥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사는 걸로… 여기 옷을 너무 안갖고 와서 그동안 편한 캐주얼 중에 입을 옷이 없어서 앞뒤 안가리고 빨리 주문하느라 이렇게 된 듯하다. 맨투맨 두 개의 사이즈가 너무 커서 문제. 근데 각기 다른 쇼핑몰인데 둘 다 크게 입으려고 L을 시켰더니 진짜 무슨 아빠옷 훔쳐입고 나온 가난한 아이같은 핏이 나와서 좌절. 세일을 20~40%나 받았는데도 하나는 $20이고, 다른 하나는 $40이기 때문에 꼭 반품을 해서 환불을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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