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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과 타이밍
Day+074 @스튜디오에서 쓰다
시작은 무기력에서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을 샀다. 물론 구글 이북으로 샀다. 페이스북에서 J 선배의 글을 보고 킨들에 한글 e-book을 넣는 법을 보고, 한 번 해봤더니 제법 요령이 붙어서 한글책 사서 읽는 재미가 들렸다. 어쨌든 이 책은 인스타에서 N의 친구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H의 계정에서 보고 산 책이었다. 하지만 제목처럼 문제가 무기력이므로, 무기력해서 이런 책을 안 읽게 되는 그런… 악순환에 빠졌다고 할까.
지난 일주일간 정말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일을 하지 않았다에 가까울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사실은 일에서의 ‘도피’에 가깝기도한데, 그걸 ‘무기력’이라고 잘못 포장하여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이밍이 중요하다
몇 가지에 대해서 타이밍을 생각하다.
블로깅
어느덧 마지막 포스트로부터 한 달 가까이 되어가는 중. 사진은 정리해두었으나… 밀린 것 쓸 엄두가 안난다. 지난주 허송세월 할거면 블로그라도 썼어야 하는데. 지나면 지날수록 쓰기 어려워진다. 로깅도 타이밍이다. 그때그때 할 일들은 그때 했어야 한다. 때로는 묵히는 것이 좋을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준비된 사진 목록
과감하게 바로 어제의 이야기부터 쓰기로 한다. 과감한 결정이 많은 것들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이것은 지난 4년 동안 배운 것.
어버이날
그러니까 여기 날짜로 7일에 한국은 8일이니까. 부모님께 그래도 연락드렸다. 한국에 있을 때도 나는 살가운 자식은 아니었다. 나는 그냥 모범적이고 착실한 그런 자식이다. 어떻게 살갑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예 외국 사는 언니가 또 꽃 부치는 게 연례 행사라 내가 꽃을 주문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며 제각기 역할과 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타인의 역할을 침범하는 것은 질서를 무너뜨린다. 다행히 퀘벡에서 보낸 엽서가 잘 도착했다고 한다. 그 또한 적절한 타이밍이지.
세상에는 노력이 필요한 일들 뿐이다. 얼마전 다시 읽은 은희경의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 있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나에게는 책 읽고 공부하는 삶이, 그러했다.
은희경,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어떤 글을 쓰자마자1
사실 어제 오전에 일을 시작하려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동안의 어떤 시간들에 대한 변명이 필요했다. 지금 돌아보니 그러했다. 미뤄두고 피했던 일들을 시작하면서 지난 날의 나를 비난할 것인지, 상황을 탓할 것인지의 기로에 섰던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탓하는 것과 외부적 요인을 탓하는 그 중간 사이를 택했다. 어쩌면 비겁한 것이었지만 위로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는 무기력하고, 그게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일기를 써두었다 (대체로 혼자 볼 수 있는 정도의 글이다). 하지만 그런 일기를 쓴 것도 결국은 컴퓨터 앞에 앉았기 때문이었고, 컴퓨터 앞에 앉은 것은 해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일 미팅에 쓸 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 글을 쓰자마자 내용이 무색하게도 미친듯이 일을 했다. 오후 1시부터 밤 12시까지 미친듯이 했다. 딱 11:57 PM에 끝났다.
구글 드라이브에 자료를 업로드하니 자정이었다
정신은 좀 없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하루만에 끝낸 것이다. 이제는 밤새면서 일을 잘 하지 않는다. 뭔가 바뀐 것일수도 있고 요령이 생긴 것일수도 있고. 어쩌면 대충 나의 능력과 해야할 일 사이의 예측력이 높아진 것일 수도 있다. 여튼 거의 2주를 놀고 오늘 하루 해서 많이 한 것처럼 부풀렸는데 언제까지 이 꾀가 통할지 모르겠으나… 곧 안통하겠지 그래서 사실 고통스럽다. 대체 한국에서 어떻게 일했길래 여기와서 이렇게 일/연구의 밀도 차이가 나는 것인지?
어떤 글을 쓰자마자2
뭔가 깜짝 놀랄 타이밍.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다. “별 일 없니?”라는 물음에 사실은 약간은 뜨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뭐 ‘별 일’은 없었으니 별 일이 없었다고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이 전화한 이유는 CHI 다녀온 학생들과 연구실 자체에서의 페이퍼 쓰는 관행과 결심 등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권태롭고 무기력한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어쨌든 이제와서는 이런 사람을 지도교수로 만난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운이다. 역시 운이 전부다. 아무튼 그외에 동기부여를 위해, 선생님은 프로포절과 졸업 대해서 생각해보고 좀 보내보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바로 뭐 할 수 없고, 뭐가 될 수도 없다고. 그리고 그냥 다시 태어나라고~ 그게 교수님이 할 소리인가요ㅋㅋㅋㅋ 그래도 뭐 괜한 위로보다는 낫다, 고 생각한다.
나설 타이밍
아이메드 미팅에서 소득이 있다면 그것은 인도계 미국인인 S와의 만남이다. S는 4년차 박사과정 학생이고 무척 친절하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준다. 아이메드 미팅에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었다. 그리고 미팅에서 뭔가 발표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용기도 좀 주고. 그리하여 5월 23일 아이메드에서 무언가 발표하기로 했다. 지금으로서는 작년 지킴이에서 가져온 인터뷰 데이터를 가지고 논문 만들어볼까 하는데, 그걸 다듬어서 발표해볼까 한다. 시간은 2주 정도 있는 셈이네. 이쯤되면 나설 타이밍이긴 하다. 병풍 생활은 이제 그만~
하루 요약
이 집은 창이 커서 햇살이 잘 들어와서 좋다. 물론 점점 해가 뜨는 시간이 길어져서 집이 더워지고 있지만, 해가 안 드는 것보다는 낫지
저녁으로는 간단하게 트레이더 조에서 샀던 시즈닝된 치킨 안심을 굽고, 냉장고를 털어 각종 야채를 함께 구웠다. 마지막 맥주를 같이 마셨다. 일을 해야해서 반만 마셨다. 아까워라.
소리가 좋아서 비디오를 찍었는데, 이 기회에 유튜브 비디오 임베드가 되는지 한 번 테스트 해볼 겸 올려본다.
페이스북에서 이런 유튜버가 있다고 해서 신기해서 봤는데, 진짜였다. 세상에 역시 뭔가 하나라도 제대로 하면 이렇게도 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댓글보면 알겠지만 사람들이 이 사람의 얼굴을 좋아한다.
하여간 세상을 사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한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