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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문화
Day+090 @스튜디오에서 쓰다
보내는 이야기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문화. 미국이 그런 게 좀 강하잖아요.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관심도 갖지 않는. 그 존재감을 증명하는 문화라는 건 제가 경험하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도 명시적으로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증명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서 사람을 나태하지만 불안하게 만들고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모두가 자기 자신을 알아서 증명해내기 때문에 ‘나도 그래야하지 않을까’하는 암묵적인 힘이 또 작용하기도 하고요. 그게 굉장히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증명할 때, 그 내용이 어떻든 용기를 칭찬 받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군요. 이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그런 것 같지만요. (이런 분위기가 그 미국인들 특유의 일단 나서서 뻥치고(?) 자신감 넘치게 하는 요인인 것 같기도한데…)
어쨌든 여기저기 뭘 하겠다고 선언하라고 하셨던 조언이 도움이 좀 되었어요. 물론 성격 상 여기저기까지는 못하겠고 그냥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iMed group에서 발표를 했어요. 제가 iMed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관심사가 비슷한 이유도 있겠지만 굉장히 이상적인 모임의 느낌에 가깝기 때문이에요. 오늘도 그 모임의 어떤 친구가 얘기하기를, 자기가 속한 어떤 그룹보다도 iMed는 나이스하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모든 어메리칸들이 iMed같지는 않다고ㅎㅎ 그거의 요체는 사람들의 태도에 있는 것 같아요. 정말 respectful, empowering… 이런 말이 딱 어울리는 집단입니다. 거의 전설 속의 교과서에 있는 비현실적 그룹 같습니다. W 교수부터 시작해서 학생들도 다 그래요.
HCDE에 있는 사람들은 좀 더 CHI 커뮤니티 스테레오 타입(?)에 가까운 적극적이고 수다스럽고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요. 어떤 그룹이든 정말 나이스한 건 맞지만, 그 nice의 타입이 다르다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오늘 iMed에서 발표하기로 해서 준비해서 한 20분 정도 발표했고요. 간단히 우리 학교랑 과도 좀 소개하면서 제 배경도 좀 소개하고요, 지킴이 정말 간단히 설명하고, 작년 인터뷰 데이터 지금 좀 만져서 페이퍼로 쓰려고 하는데요.
그걸 10분짜리 정도로 정리해서 발표했어요. 실제로 페이퍼 프레이밍할만한 피드백을 받으니 좋더라고요. 한 30분 이상은 디스커션한 것 같은데 가장 도움이 될만한 두 가지 질문은 다음의 두 개였고요.
- Are there any differences to test a hypothesis depending on the type of hypothesis (negative-positive)?
- How can we keep a balance between the scientific method and lived experiences?
뭐 여튼… 이거 하고, 또 다른 팀하고 하는 논문도 조금씩 쓰고 있어요. 라인 바이 라인으로 같이 에디팅을 방식이라 아직까지는 낯설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천천히 조금씩 해나가는 속도에 적응을 좀 해야할 것 같은데 천성이 미루고 또 미루는 걸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여전히 뭐든 몰아서 합니다. 평생 이럴 것 같긴 하지만 좀 균형을 찾아봐야겠죠.
여튼 이제 여름이 오네요.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여름보다는 가을쯤에 한국에 잠깐 갈까 싶어요. 카이 마감 끝나고요. 올해 카이에 저걸 낼까 생각중입니다. 여름에 한 편 또 다른 거 쓸 수 있으면 한 번 도전해볼까도 싶고… 하던 거 잘하려면 일단 저걸 잘 정리해서 1편을 쓰고요. 다른 사람 연구에 좀 어디 낄 데 있나 기웃거려볼까 싶기도 합니다.
암튼 상황 좀 더 정리하고 또 소식 전할게요.
받은 이야기
I present therefore I am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맞닥뜨리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생존이 아니라 존재의 발산, 존재의 소통인 것 같아. 내가 뭘 하느냐, 사회와 어떻게 물려 있는냐가 삶의 이유인 것 같아.
탈산업화시대에 존재의 문제가 더 중요해지고 정보화시대엔 이를 푸는 방법이 더 어려워지고, 조작도 쉽고. 전공, 직업, 학위 기반 위에, 발표, 연구, 소통이 만족감의 유일한 원천인 것 같아. 발표 할때마다 자료 정리하며 내가 누군지 조금씩 정리하는 기회가 되니까, 기회를 많이 만들어 봐. (혹은 기회가 생기는 것에 감사 드리고)
내용 보면 활기차고, 좋은(?)랩 출신이고, 연구 공력 있고, 좋은 주제 쥐고 있는 것 같아 보여. 최근 리서치 부분은, 지키미 마지막에 진행된 연구와 C 선생님 연구가 참고가 된 것 같구나.
개인의 의료 신념, 데이터 이해, 가설 구축 방법 등 멘탈 모델 구성 방법론을 선행연구로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정보 평가(evaluation) 이론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